신문스크랩 잘 하는 방법

2022. 5. 30. 20:02글/격동의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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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이른바 포탈사이트가 없던 과거에는 우리는 종이신문을 통해 기사를 접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전반적으로 아우르게 되었다.
또한 이 시절 구독자수, 조회수를 늘릴 비결은 오로지 훌륭한 글빨뿐이었다. 그래서 이 시절 신문을 잘 읽는 법은 좌/우 대표 신문, 한경오 조중동 중 택2하여 비교해가며 읽는 것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의 등장은 이러한 지형을 깨부수어 놓았다. 클릭을 위한 자극적 헤드라인, 글의 질 보다는 속도가 중요해져 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언론지형에서 우리는 사회 전반을 통찰하는 지식도, 잘 쓴 글을 통한 논리적 글쓰기 방법도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지엽적이고 자극적인 키워드에 갇혀서 선동당하기 쉽다.
(유튜브 숏박스의 ‘특종’편이 이런 내용을 잘 담았다)

2. 사례

전력예비율이 10%에 가까워졌을때, 문재인 정권 하에서 조선일보는 탈원전 탓을 했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변한건 정권밖에 없는 시점에 조선일보는 발전소 정비 탓, 때 이른 더위 탓을 했다.
‘전력예비율이 10%에 가깝다’는 사실 하나를 가지고 어느정권에서는 정책 탓을, 어느 정권에서는 때이른 더위 탓을 하니 같은 사건에 다른 해석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왜 같은 10% 수준에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만 대정전이 우려되는걸까? 차라리 이유를 가져다붙이지 말고 담백하게 사실만 전달했다면 믿을만했겠지.
저런 양치기소년식 행위가 누적이 된다면 나중에는 ‘전력예비율’로 기사를 쓴 저의조차 독자에게 의심받게 될 것이다.

3. 그래서?

1980년 5월 20일 이후로 기자분들은 다 그만두신걸까?
이제 우리는 신문기사를 잘 읽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검증을 해야 한다. 위 기사를 예로 들어보자. 기사를 잘 읽으려면 검증해야 한다. 전력예비율이 뭔지, 탈원전정책이 뭐고 경과가 어떤지, 작년 대비 올 봄이 유난히 땨이른 더위였는지, 작년엔 발전소정비가 없었는데 올해 정비를 하는건지, 최근 3개년의 월별 예비율 추이는 어땠는지 등등 기사 하나하나 따박따박 따져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탐색과정에서 전력예비율이 전력설비예비율과 공급예비율로 나뉜다는 사실이나 탈원전이 아직 본격 시작도 안했다거나 올해 원자재값이 많이 뛰었다는 사실 등을 새로이 알게 되고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이렇게 신문기사를 따져보면 누군가들이 좋아하는 팩트체크도 되고 공부도 되고 정말 좋겠지만,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현실에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사실과 주장을 분리하여 읽는 연습을 하자.
저 기사만 보더라도 전력예비율이 10%에 가까워졌다는 사실만 읽자. 그 뒤 각종 미사여구들, 뭐 탈원전이니 때이른 더위니 대정전위기니 뭐니 분위기 잡는 말들은 다 지우고 사실만 읽자. 이렇게만 하더라도 어디가서 잘못 알고 창피당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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