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버린 대통령

2023. 9. 18. 00:11글/격동의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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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중이 한 뜻으로 집결하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옛날옛적 프랑스의 어떤 왕과 왕비는 성난 군중에 의해 결국 목이 잘려나가기도 했고,
독일의 히틀러와 괴벨스는 민중을 선동으로 끌어모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촛불을 들고 일어선 민중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기도 했었다.

사람은 그 머리수만큼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뜻을 하나로 모은다는게 정말 힘든일이다.
하지만 이를 하나로 모으기만 한다면
마치 드래곤볼의 원기옥처럼 그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의 지배계층은 이를 막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민중이 모이면 안되었고, 배우면 안되었다.
딴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배움의 기회를 차단하고, 모임의 낌새를 차단하고
먹고 사는 문제 이외에 여유를 갖지 못하도록 노력해 왔으며
그 와중에 반란이 벌어지면 주동자의 DNA를 가진 사람을 모두 죽여
문자 그대로 씨를 말려버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시절은  '빨갱이론'으로 대변되는 이념과 사상으로 국민을 두 부류로 나누어버렸다.
자유민주주의든 그것이 아니든, 사실 그건 일반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남쪽의 독재자 또는 북쪽의 독재자 박정희나 김일성이 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싸우는건 국민들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빨갱이냐 아니냐를 따져가져 싸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한반도는 그렇게 갈라져 버렸다.
심지어는 나뉘어버린 남쪽 땅에서도 지배층들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버렸다.
권력에 의구심을 품지 말고 서로 싸우라고.

가까운 과거, 이명박정부는 그 유명한 '명박산성'으로 민중의 모임을 물리적으로 통제하려 애를 썼다.
이명박은 특히나 시위를 극혐했던 대통령이었다.
시위가 나쁜 것이라는 '교육'에도 부단히 공을 들였다.
나는 이명박정부시절에 처음으로 시위는 사회혼란을 유도하는 북한 간첩의 짓이라는 교육을 들었다.
한편으로 앞선 선조들의 지혜를 본따서 이명박은 피지배층이 스스로 분열하도록  '일베'를 공들여 키워왔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서로를 갈라친 것 처럼, 앞으로 서로를 갈라칠 세력을...

일베는 무럭무럭 자라났고, 이번 대선때 이준석이가 일베와 페미, 워마드라는 일란성 쌍둥이를 이용해서
남녀를 갈라치고 2030과 4050을 갈라버렸다.
대한민국은 이제 남북의 분단상황, 좌,우의 이념적 갈등과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
X세대와 MZ세대, 남녀갈등까지 정말 잘게잘게 쪼개져 버렸다.

이렇게 지배층들은 민중을 꾸준히 여러 개의 집단으로 나누고자 애를 쓴다.
뭉치지 못하도록 갈라놓고 갈등의 불쏘시개를 계속 던져줘야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전에 한 번 뭉쳤던 기회가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임명되자마자 윤석렬에 의해 멸문지화의 화를 입고
그 가족이 모두 난도질당하던 무렵이었다.
그때 촛불의 물결은 어마어마했었다.
어디 듣도보도 못한 지잡대 표창장이 뭐라고 이 난리를 치냐는 공감대였을 것이다.

당시 문재인대통령이 이를 권력의 원동력으로 삼아 활용했다면,
이 힘으로 검찰과 언론을 몰아쳐 버렸다면
대한민국의 모습이 지금과는 매우 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이 완성된 국가의 모습은
권력자가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이용하여 나라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그 시스템 위에서 합의를 이루고 이끌어 가는 다수에 의한 지배였을 것 같다.
민중의 힘 또한 또하나의 권력이고
권력으로 다른 반대편을 죽여버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독재자들과 별반 다를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이 분이 너무 앞서나갔다.
민주주의고 경제고 선진국이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우리집 아파트값 올려주는 놈이 최고라는 생각이 다수인 나라인 것을...
일단 청소 먼저 해 놓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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