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5. 09:39ㆍ글/짧은생각
반려동물을 먼저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 짤은 그야말로 울음버튼일 것이다.
나 또한 몇 년 전에 작은 푸들 한 마리를 먼저 보냈다.
오늘도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만지작만지작하다가 또 저 짤을 보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초롱이를 다시 한 번 추억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초롱이와의 시작점이 어디었었나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나는 그 정도가 남들보다도 더 심해서
초롱이와의 첫 만남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동생이 십 여년 전 어느 날 데려왔던 것이 아니었나 어렴풋하게 '그랬을 것 같다'는 추측이 든다.
대학 시절 한 친구가 초롱이를 쓰다듬으려 했을 때
초롱이가 반사적으로 고개와 몸을 움츠렸다.
그 때 그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은
'아마도 전 주인에게 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러는 것 같다' 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생각해보지 못한 점이었다고만 여겼던 말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도 가슴 한 켠에 무겁게 박혀 있다.
그리고 초롱이는 분리불안이 심했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취방에서 함께 살았었는데
그 때는 주 52시간제도 없던 때여서 회사에서 그야말로 착취당하던 시절이었다.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왔으니깐.
이웃에서 참다참다가 내 집 문앞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았었는데
강아지가 너무 '울어요' 라고 표현을 했다.
그 포스트잇을 보자마자 그 길로 초롱이를 고향집으로 데려다 놓았다.
엄마는 그래도 나보다는 같이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내가 잘해준게 뭐가 있나 싶다.
뭐 맛있는 간식을 많이 사주지도 못했고, 산책을 많이 나간 것도 아닌 것 같다.
미안한 기억만 잔뜩 있는 것 같다.
확률적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아직은 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다.
그 긴 시간을 초롱이가 즐겁게 놀며 지내다가
언젠가 그 날이 오면 마중을 나와주면 고맙기도 하겠지만,
그러지말고 다른 생으로 태어나서 다른 행복한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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